개의 시간은 매우 빨리 지나갑니다. 집에 온 지 얼마 안 된 귀여운 강아지가 노견이 되고 어느새 제 곁을 떠나간 지도 100일 가까이 되었네요. 보내고 나니 ‘산책 한 번이라도 더 나갈걸’ ‘맛있는 거 하나라도 더 줄 걸’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나이 든 개를 떠나보낸 분들은 모두 공감하실 겁니다. 지금이라도 이 글을 보신 분이 있다면 내 소중한 반려견이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두 발로 건강하게 뛰어다닐 수 있을 때 같이 놀아주세요.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
유명한 노랫말이 있죠.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냐며…저에게 찾아온 슬픈 예감이 그러했습니다. 제 강아지가 8살이 되던 해, 암이 찾아왔습니다. 강아지들에게 많이 나타나는 악성 림프종이었죠. 세상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습니다. 목, 견갑골, 오금 부위가 조금씩 붓는 거 같더니 하루아침에 엄청나게 크기가 커졌죠. 잘 걷던 아이가 갑자기 걷지도 못했습니다. 그렇게 암은 찾아왔고 그 후 약 3차례, 2년 간의 항암 치료를 하며 제 아이는 급격히 체력이 소진되며 노화도 일찍 찾아왔습니다.
개도 사람도 모두 지치는 항암치료
암에 걸린 개들이 하는 항암 치료는 사람과 같습니다. 다만 사람보다 작기에 항암 용량이 적게 들어가고, 치료 주기에 차이가 있는 것이죠. 아이를 동물 병원에 입원 및 퇴원 시키고, 그 후 집에서 약을 먹이고 식단을 관리하고 보통 힘이 든 게 아닙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안쓰러웠던 것은 초반 스테로이드 치료를 하게 되면서 온몸의 근육이 다 빠지고 기운이 없어지는 걸 두 눈으로 지켜봐야 했었던 점이었습니다. 그리고 사람이 머리카락이 빠지듯, 탈모 현상이 오며 털도 변색이 되었죠. 백옥같이 하얗던 털이 마치 불에 그슬린 털 색깔처럼 누르스름하게 변해갔습니다.
강아지 영양제 및 식사를 직접 만들게 됩니다.
항암 치료를 하기 때문에 강아지가 입맛을 잃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적인 사료는 거부하더라고요. 진짜 힘들 땐 고기도 거부합니다. 직접 마트에 가서 강아지만을 위해 고기와 생선을 사서 직접 밥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암세포가 탄수화물을 먹고 크기 때문에 조절하기가 매우 힘들었죠. 또한 빨리 찾아오는 노화로 인해 필요한 노견 영양제 여러 종류도 구매하고 먹이게 됩니다. 심지어 항암 치료하는 사람들이 먹는 후코이단도 사서 먹였습니다.
강아지를 위해 유아용품을 사게 됩니다.
항암치료를 하면 장기도 서서히 망가지면서 신체 기능이 점차 약해집니다. 그런 변화가 노견일수록 더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한 번도 실수하지 않았던 아이가 오줌을 지리기 시작했습니다. 요실금 증상이죠. 사람 이불을 같이 덮고 잤기 때문에 실수할 때마다 계속 빨 수도 없기에 갓난아기용 기저귀를 착용하게 됩니다. 최소 하루에 3~4번은 간 거 같네요. 또한 화장실에서 실내 배변을 했지만, 항암치료 후 배출하는 소변을 그대로 치우면 환경에도 좋지 않기에, 배변 패드 혹은 사용했던 기저귀를 이용해서 바닥을 다 닦아낸 후 퐁퐁 혹은 락스로 소독을 수시로 했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소변을 보는데 항암치료 이후 최소 4일은 그런 식으로 했으니 돌보는 사람도 정말 지치죠. 그래도 사랑하는 내 아픈 강아지를 위해 참아야만 했습니다.
강아지 용품을 사기 위해 당근 거래를 시작합니다.
사람 아기가 쓰는 기저귀도 많이 필요하고, 배변패드도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당근 거래를 많이 했습니다. 이런 용품들은 다행히 파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덕분에 저렴한 가격에 새것과 같은 제품을 많이 얻을 수 있었습니다. 항암치료가 진행될수록 아이가 점차 힘이 없어지자 강아지 유모차가 필요해 졌습니다. 일명 개모차라고 부르죠. 이왕이면 튼튼한 제품을 사고 싶었지만, 가격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리고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매우 저렴한 조건으로 좋은 개모차를 얻을 수 있었죠. 건강할 땐 절대 타지 않으려고 했던 강아지 유모차지만 강아지별로 여행가는 시간이 점차 가까워지자 스스로 몸을 가눌 수 없게 되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병원에 가려면 개모차가 필요했고, 가기 전까지 그리고 가고 나서도 마지막 집 주위를 산책하게 해준 가장 소중한 유품이 되었죠. 아직도 저희 강아지가 사용했던 유모차는 집에 가지고 있습니다.
하늘의 진짜 별이 되다.
암이란 녀석 때문에 제 강아지는 만 11년이라는 짧은 견생을 살다 강아지별로 떠났습니다. 보통 같은 종류의 슈나우저들이 15년 내외는 살더라고요. 상대적으로 빨리 생을 마감했기에 그 점이 너무 슬펐습니다. 암만 아니라면 더 오래 살았을 텐데, 왜 우리 아이에게 그 몹쓸 놈이 찾아온건지..이런 생각이 계속 들었죠. 아이가 넘 예쁘다 보니 하늘이 일찍 데려갔나 봅니다.
슬픔이 승화되다.
아이가 가고 이틀 밤을 같이 보낸 후 화장을 시켜줬습니다. 화장하기 직전까지 엄청 울었네요. 그런데 저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화장하고 난 후 재만 남은 아이 모습을 보면서 며칠 동안 슬픔에 잠겨있던 감정이 같이 타서 승화된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이제 진짜 갔구나..더 이상 아프지 않은 곳으로 같구나 하는 생각에 이제 아이를 놓아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이를 보내본 다른 분들도 비슷한 느낌을 받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강아지의 견생은 참으로 짧습니다. 건강하게 살다가 가면 두말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어느 날 갑자기 예고도 없이 저희 아이처럼 병이 찾아올 수도 있습니다. 건강할 때, 자기 힘으로 맘껏 걸어 다니고 뛸 수 있을 때 한 번이라도 더 산책시켜주고 사랑해주세요. 원 없이 해줬다고 자부해도 막상 가고 나니 못 해준 것만 가슴에 남네요. 노견 및 아픈 개를 키우는 모든 견주님 힘내시고, 우리 강아지들도 주인과 행복한 삶을 살다가 가면 좋겠습니다.